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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영화리뷰

영화 화양연화 리뷰 : 서정적인 색채로 완성된 슬픈 사랑시

202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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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왕가위 감독의 로맨틱 드라마 영화로 2000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습니다. 그 후, 2000년 9월에 홍콩에서 개봉한 영화이며 한국에서는 10월에 개봉하였습니다. '화양연화(花様年華)'는 '성숙한 여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은유하는 말로 몇 년 전 방탄소년단의 앨범명으로도 사용되었고, 동명의 드라마도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흔히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영어 제목은 'In the mood for love'입니다. 아시아 영화 중에서는 명작 중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046, 아비정전과 함께 3부작으로 묶이기도 합니다. 특히 극중에서 주모운과 소려진의 밀회장소였던 호텔방이 2046이어서 영화 2046이 개봉했을 때 다시 한 번 화양연화가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양조위, 장만옥이 남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내내 다양한 색깔의 치파오를 입고 등장하는 장만옥의 단정하고 그야말로 꽃같은 자태와 머리를 깔끔하게 밀어 넘기고 정장을 차려입은 양조위의 모습은 어느 멋진 그림으로 보여 눈물이 맺힐만큼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냅니다.

 

참고로 이 둘을 만나게 한 주요한 인물인 이들의 배우자는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출연합니다.

 

 

이야기

영화의 내용은 천천히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1962년 홍콩으로 상해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두 집이 동시에 이사를 오게 됩니다. 무역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소려진(장만옥) 부부와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는 주모운(양조위) 부부. 소려진의 남편은 사업 때문에 출장이 잦고, 주모운의 아내 또한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날이 많습니다.

 

오가며 서로 인사를 나누며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알게될 수록 각자 배우자들의 수상한 점 또한 알게 됩니다. 아내가 갖고 있는 가방을 소려진이 똑같이 갖고 있고, 주모운이 하고 있는 넥타이를 자신의 남편도 갖고 있다는 사실같은 것들 말입니다.

 

두 사람 모두 슬픔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며 어느덧 더 큰 감정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둘은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 헤어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서정적인 색채로 만들어낸 사랑시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문체와 색감으로 만들어진 사랑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미장센에 홀려서 봤었고, 두번째 보았을 때는 음악이 주는 매력에 빠져 보았으며, 세번째 보았을 때 비로소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후로 한동안 다시 보기 힘든 영화가 되었습니다.

 

배우자들의 외도를 알고도 모질게 내치지도 못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면서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인지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갑갑하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이 둘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관찰하듯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여줍니다.

 

그로 인해 그들과 나와의 거리는 유지되어 그들을 보는 나는 먼 발치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쉽사리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슬픔과 상실에 마음만 아파하던 둘은 결국 서로를 위해 '헤어지는 연습'에 들어갑니다.

 

몇 번이고 헤어지는 연습을 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소려진. 비 오는 날 택시 안에서 주모운의 어깨에 기댄 채 먼 허공을 응시하던 그 허망한 얼굴은 슬퍼서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난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아 사운드트랙을 찾아 한참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Nat 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는 영화의 고풍스러운 색채와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인지 Nat King Cole의 음악을 틀기만 해도 자연스레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시 보면 볼 수록 다른 멋이 있는 영화. 양조위와 장만옥이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색채의 슬픈 사랑시와도 같은 영화, '화양연화'입니다.

 

최근에 리마스터링하여 화양연화, 중경삼림이 재개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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